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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원 생활, 무료 급식소 생활

007 RAMBO 2013. 4. 4. 03:31

2009년 3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기도원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동안 할 지도 모른 채 전날 밤 기도원에 가라는 말씀을 듣고

그 다음날 바로 짐 싸서 파주에 있는 순복음교회 오산리 기도원으로 갔습니다.

 

두 달 후에 돈이 떨어졌습니다.

그때 아는 형제가 영등포에 있는 광야교회와 토마스 무료 급식소로 저를 인도했고

거기 다니면서 끼니를 해결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안 가려고 했는데

이틀 굶고 난 후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습니다.

이용자들 대부분이 노숙자고

여름이라 냄새가 적잖이 났습니다.

저는 깨끗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고 그렇게 사는데

처음에는 적응하기 좀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렇지 않게 되었습니다.

 

3개월 동안 무료급식소를 이용했습니다.

기도원에서 기도원 버스를 1시간 동안 타고 여의도에 가서

30분 동안 걸어서 영등포 무료급식소에 갔습니다.

돈이 없어서 말이죠

한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걸어갔고

장마 때는 비와 맞서면서 걸어갔습니다.

광야교회 무료급식소 자판기 커피가 단돈 백원인데

백원이 없어서 커피를 못 마신 적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두 곳에서 점심 한끼 먹고 하루를 버텼습니다.

특별히 돈이 생기거나

밥을 얻어먹게 되지 않으면

무료 급식소를 이용했습니다.

 

하루만 일해도 아껴쓰면 기도원에서 1주일 정도 버틸 수 있는데

미련하게 무료 급식소에 다녔습니다.

이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노숙자들과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무료 급식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이를 위한 훈련을 하게 하신 것입니다.

 

어느날 점심 메뉴로 닭곰탕이 나왔습니다.

이런 메뉴는 드물게 나오는 메뉴입니다.

옆에 있는 노숙자에게 살점을 좀 덜어줬더니

제게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무척이나 짠했습니다.

 

당시 배는 고팠지만

은혜는 참 많이 받았습니다.

 

기도원 기도굴이 무척 좁아서 발을 뻗고 누울 수도 없었지만

거기서 거의 대부분 지냈고 잠도 거의 대부분 거기서 잤습니다.

기도굴에서 기도하고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 무척이나 좋았고

이를 통해서 은혜를 많이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죠.

 

1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이지만

대저택 부럽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에 밥 굶은 적이 무척 많았습니다.

외국에서 돈 떨어져서 꼬박 이틀을 굶기도 했고요.

외국에서 돈 떨어져서 굶는 것은

국내에서 굶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기도원 생활을 어떻게 마무리짓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날 무료 급식소에 가려고 기도원 버스 정류장에 혼자 서있는데

어느 자매님이 제 뒤로 오셨습니다.

그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분이 갑자기 제게 돈을 줘야겠다는 감동함이 생긴다고 하면서

제게 만원을 주셨습니다.

제가 땡전 한푼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면서

정말 고맙다고 했더니

추가로 만원 더 주셨습니다.

 

그날 외국인 목사님이 5천원을 주셨고

어느 형제가 3만원을 줬습니다.

땡전 한푼 없다가 갑자기 하루에 5만 5천원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 이래저래 돈이 생기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무료 급식소 생활을 마감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때에 기도원에서 하산하게 되었습니다.

3월부터 9월까지 만 6개월 동안 기도원 생활을 했습니다.

 

 

 

기도원 생활 중에 있던 간증을 하겠습니다.

 

어느날 제가 쓰고 있던 금테 안경이 떨어졌고

그것을 밟아서 안경을 못 쓰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안경 없이 지냈는데

어느날 세면장에 안경이 있는 것이 보였고

시간이 지나서 세면장에 다시 갔는데 안경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깜빡 잊고 안경을 놓고 가면 얼마 후에 다시 찾으러 오기 마련인데,

암튼 안경테라도 건지려고 안경을 집어서 써봤더니

도수가 제게 꼭 맞았습니다.

사람마다 시력이 제각각이고

저는 근시에 난시까지 있는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거죠.

이전에 쓰던 것보다 더 좋았습니다. 

 

 

어버이날이 되었는데

카네이션 살 돈이 없었습니다.

기도굴에서 기도를 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바닥에 봉투가 떨어져있었고

5천원이 들어있었습니다.

딱 카네이션 2송이 값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일산에 사셨고 기도원 버스가 일산에 정차하기에

차비는 없어도 되었습니다.

 

 

무료 급식소 생활 중에 있던 간증 하나 추가하겠습니다.

 

3월에 기도원에 가서 당시 입던 겉옷이 좀 두꺼웠고

날씨가 풀리면서 덥게 느껴졌습니다.

어느날 점심을 먹고 급식소 밖에 앉아있는데

어느 여자분이 제게 오시더니

혹시 봄 잠바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시더군요.

필요하다고 했더니 가방에서 얇은 잠바를 꺼내서 제게 주셨습니다.

제 키가 183cm이고 팔이 긴데 제게 꼭 맞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제품이고 

색상과 스타일도 멋있습니다.

 

저는 밝은 색상을 좋아하고

제 카톡 프로필 사진이 오렌지인데

색상이 오렌지색입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옷임을 알 수 있고

이후 즐겨 입었습니다.

 

 

(2019년 12월 광야 홈리스 센터에 입소한 후에도

겨울 잠바가 없어서 이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어느 목사님 댁에 가정예배를 드리러 갔을 때

목사님께서 입으시던 패딩 잠바를 주셨고

이 잠바를 목사님 댁에 맡겼는데

이사하신 후에 보니까 없어졌답니다..)

 

 

 

 

 

 

 

 

남들 보기에는 정말 미련하고 한심한

기도원 생활과 무료 급식소 생활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를 무척이나 기뻐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시든지 바로 순종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복을 받을 수 있고

다음 단계로 진도를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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