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글모음/간증과 일상

치앙마이 생활

007 RAMBO 2013. 3. 26. 09:22

 

싱가폴에서 단기로 지내던 아파트 계약 만기일과

비자 만기일이 거의 같아서

싱가폴 이후에 머물 곳을 알아보다가

말레이시아 페낭에 가기로 했습니다.

 

가기 전에 방콕에서 1주일 동안 머문 후에 가려고 했는데

여차여차해서 페낭에 안 가기로 했습니다.

방콕에 머물면서 어디로 갈까 하다가

치앙마이가 좋겠다 싶어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북부 지역이라 방콕보다 덜 덥고

인구가 20만명이 채 안 되고 살기 좋았습니다.

치앙마이에는 신학교가 2군데 있더군요.

 

백화점 옆에 있는 원룸에서 살았고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했는데

밥값이 보통 1천원 정도였고

비싼 것이 1천 5백원 정도였습니다.

싱가폴 푸드코트에서는 밥값이 보통 3천원 정도였습니다.

 

2007년 2월부터 1년 동안 치앙마이에 있었습니다.

공부하거나 일했던 것은 아니고 해외 전지 훈련이랄까요,

장소만 외국일 뿐 국내와 다름없이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잘 지내다가

돈이 거의 바닥났고

살던 원룸 월세를 못 내서

전기가 끊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노트북 컴퓨터를 팔아서

돈을 마련했습니다.

밀린 월세 내고 한달 정도 지낼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돈이 완전히 바닥났습니다.

사람들과의 교류 없이 혼자 지냈기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꼬박 이틀을 굶었습니다.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길을 걷는데 현기증이 나서 어질어질했습니다.

 

외국에 왜 와서 생고생을 하나 싶었습니다.

싱가폴에 있을 때 아껴쓸걸 하는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연단 과정이었습니다.

 

옆방에 사는 필리핀 청년과 그 친구들에게

돈이 될만한 물건들을 팔아서

일단 발등의 불은 껐습니다.

 

도움을 좀 받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주일날 한인 교회에 갔는데

며칠 후에 제가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저를 멀리했습니다.

 

비자 만기일이 다 되어서

비자 연장을 위해 미얀마 국경 도시로 가서

비자 연장을 한 후에 버스를 타고 오는데

어느 청년이 제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빈 자리도 많고 기분도 꿀꿀했는데

왜 하필 제 옆자리에 앉았는지...

 

청년이 제게 사탕을 주면서 말을 걸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청년이 기독교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국은 국민 95% 이상이 불교도인 불교국가입니다.

교회를 찾아가지 않는 한

기독교인을 만나기 정말 힘든 곳입니다.

그런데 제 옆자리에 앉은 청년이 기독교인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청년이 출석하는 교회의 목사님이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목사님이십니다.

당연히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 하시고요.

 

버스 터미널 인근에 교회가 있다고 해서 함께 교회로 갔고

교회 옆 사택에서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사모님과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이후 한동안 목사님으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았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자신도 이전에 한국인들로부터

신학교 학비 등을 지원받은 적이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태국에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목사님을 만난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은혜로운 일인데

거기다 자금 지원까지...

 

목사님의 교회가 출석 성도 50명 정도의 작은 교회고

성인 성도 대부분이 일용직 근로자라

재정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제가 목사님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국인 집사님이 그 교회에 다녀서

그분 덕분에 교회 재정 상태가 괜찮았는데

그분이 암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에 가신 이후로

교회 재정 상태가 안 좋게 되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서

다시금 비자를 갱신하러 국경 도시에 가야했는데

돈이 없어서 목사님을 찾아갔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동전 꾸러미를 제게 주시면서

급할 때 쓰려고 모아둔 동전인데

제게 쓰라고 하시면서 주셨습니다.

아, 정말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핑 돌았고

숙소로 오는 동안 계속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제가 귀국한 후에

목사님의 상황이 좋아졌고

가족과 함께 미국에도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목사님은 태국의 소수 민족인 라후족 사람이십니다.

라후족 60% 정도가 기독교인일 정도로

복음화가 무척 잘 되어있는 민족입니다.

 

 

 

외국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다보니까

하나님께서 외국 어디로 보내셔도

하나님만 의지해서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청지기글모음 > 간증과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르짖음  (0) 2013.11.20
싱가폴 생활  (0) 2013.10.09
기도원 생활, 무료 급식소 생활  (0) 2013.04.04
9.11 테러 & 여친  (0) 2013.03.19
어두웠던 날들 (제 간증 1)  (0) 201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