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글모음/간증과 일상

구치소 생활

007 RAMBO 2019. 11. 20. 08:10

중국에서는 1박을 하루로 치는데

한국에서는 당일을 하루로 치고

중국에서는 오전 9시에 출소하는데

한국에서는 오전 5시에 출소합니다.


중국에서 10일 구류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서 10박 11일 동안 지냈고

한국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구류 5일(4박5일)로 대체했습니다.



이전에 중국 교도소의 열악한 시설에 대한 소식을 접한 적이 있어서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입소한 후에 보니까 생각보다 시설이 좋았고

시설에 있어서는 인천 구치소보다 좋았습니다.


상해 구치소 방에는 시멘트 바닥에 철제 침대와 매트리스가 있고 매트리스 커버, 이불, 이불 커버가 주어지고

인천 구치소 방에는 온돌 바닥에 담요 두 장이 주어집니다. (둘 다 베개는 안 줌)


상해 구치소 방에는 7개의 침대가 있기에 7명이 정원인데

인천 구치소 방에는 정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칼잠을 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상해 구치소에서는 입소할 때 큰 그릇 하나와 숟가락 하나만 주고 이것으로 밥을 먹는데 (출소 때 반납)

인천 구치소에서는 입소할 때 수저를 주고 방 안에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릇들이 있습니다. (모자라면 더 줌)


상해 구치소에서는 세제 없이 자신이 사용한 그릇과 숟가락을 자신이 세척하고

인천 구치소에서는 각 방에 세제가 있고 한두명이 모든 식기를 세척합니다.


상해 구치소에 입소할 때 치약과 칫솔, 수건은 무료로 주지만 비누와 휴지는 구치소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인천 구치소에 입소할 때 치약과 칫솔, 수건과 비누는 무료로 주고 휴지는 방마다 비치되어 있고 달라고 하면 더 줍니다.


상해 구치소 취침 시간은 오후 9시~오전 6시 30분, 오후 12시~오후 1시 30분, 총 11시간 취침

인천 구치소 취침 시간은 오후 9시~오전 6시, 오침 없음, 9시간 취침


상해 구치소에서는 사복을 입고 수인번호가 적인 조끼를 입었고 구치소에서 준 신발을 신었는데

인천 구치소에서는 속옷까지 전부 다 벗어야했고 구치소에서 준 속옷과 수의를 입었고 구치소에서 준 고무신을 신었습니다.



식사는 인천 구치소가 더 좋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상해 구치소에서 아주 맛있게 식사를 했던 적이 3번 있었고

입맛에 안 맞아서 전혀 먹지 못하고 다 버렸던 적이 3번인데

그 중에 한 번은 같은 방에 있던 중국인들도 안 먹고 다 버렸습니다.


상해 구치소에서는 아침에 밥,찐빵,마른반찬 하나가 나오고 점심,저녁에 밥과 국이 나오는데

점심 때 과일, 구운 고기, 새우 등의 특식이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인천 구치소에서는 매끼 밥과 국, 반찬 3가지가 나오고 불고기, 닭갈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상해 구치소에서는 하루에 두 번 오전과 오후에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 밥그릇을 갖고 홀(Hall)로 나오게 해서

대형 스크린으로 TV 시청을 하게 한 후에 그곳에서 점심을 주는데

인천 구치소에서는 하루 한번 운동장이라고 부르는 같은 층에 있는 자그마한 빈 공간에서 운동을 하게끔 합니다.


둘 다 주 1회 샤워을 하게 하고

매일 온수 통에 온수를 공급해줍니다.


둘 다 일과 패턴은 동일합니다.

TV 시청, 멍때리기, 밥먹기, 잠자기



상해 구치소에 입소했을 때

같은 방에 중국인이 4명 있었고

제게 잘 대해줬습니다.


돈 없이 입소한 제게

비누, 휴지, 과자, 사탕, 땅콩버터(미개봉) 등을 줬습니다.


저를 무시하거나 괴롭힌 사람은 전혀 없었고

공항에서 노숙할 때와 마찬가지로

구치소에 있는 동안에도 마음은 참 평안했습니다.


당시 상해 구치소에 한국인은 저밖에 없었는데

간수들도 제게 한궈런(한국인)이라고 하면서 잘 대해줬고

어떤 간수는 제게 한국어로 된 책을 주기도 했습니다.



인천 구치소에 입소할 때 1천원 밖에 없었고

출소할 때 차비를 준다고 해서

얼마를 줄까 했는데

출소할 때 1만원을 줬습니다.


구치소 직원이 기본 3천원을 준다고 해서

저는 파주에 사니까 5천원 정도 주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구치소 생활이었지만

하나님의 계획에 포함되어있던 것이었고

출소 후에 참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 좋은 일이 닥쳤을 때

무조건 피하려고 몸부림치기보다는

순종하고 감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망하고 불평해봤자

좋을 것은 하나도 없고

더 힘들어지고 괴로워질 따름입니다.


무슨 일이 닥치든

무조건 감사하는 것이

영혼에 유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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