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뜻과 계획을 세운다.
작년 한 해 고전했던 사람들도
새해에는 뭔가 잘 되지 않겠느냐는 희망과 함께
나름대로의 포부를 가져 본다.
학생들은 공부와 진학에 관해서, 남편들은 사업과 업무에 대해서,
그리고 주부들은 좀더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위해
새로운 각오와 계획들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개개인의 좋지 않은 버릇과 성격들, 불편한 대인 관계에 대해서도
뭔가 좋은 습관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 보도록 마음을 다짐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과 기대 속에서도
한편으로 어두운 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매년 같은 생각과 노력을 해보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올해라고 달리 뾰족한 수가 있을까?
아마 이번에도 안 될거야!'라고 생각하며
시작도 하기 전에 접어둘 생각부터 하게 된다.
"선생님, 전 요즘 제 성격을 바꾸어 보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몰라요.
처음엔 저의 완벽주의가 좋은 성격인 줄만 알았는데 살아갈수록 힘이 들어요.
내 생활을 감시하거나 간섭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또 남편이나 시부모님도 집안 일이라면 모두 제게 맡기세요.
그런데도 일을 실수 없이 하려고 신경은 늘 긴장해 있고,
조금이라도 지저분하면 즉시 정돈하지 않고서는 쉴 수가 없어요.
남편은 대강대강 하라고 말해요.
저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이 성격이 고쳐지질 않아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집안이 좀 지저분하고 어질러졌어도 그냥 지나쳐버리려고 하지만
며칠 못 가서 옛날 버릇대로 해 버려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제는 정말 피곤해요."
'나는 왜 노력해도 안 될까? 의지가 약한 걸까?
나는 새로운 변화 없이 늘 과거의 모습대로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라는 생각들은 아마도 새해를 맞아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함께 찾아오는 불안감일 것이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둘 다 보존된다'는 성경 말씀은
이에 대하여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새 술이란 새로운 뜻과 계획, 의지 등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아무리 뜻과 의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담고 있는 부대가 낡은 것이면
부대도 터지고, 새 술도 버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변화하는 뜻과 내용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가 의지를 갖고 계획하는 의식만이 전부인 줄 알고 있다.
그래서 생각만 바뀌면 우리의 모든 것이 변화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정신의학적으로 보면 술은 인간의 의식이고 부대는 무의식이다.
우리의 정신세계는 마치 의식적인 사고와 의지로 지배되는 것 같지만,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거대한 무의식적 사고와 감정에 더 많은 조절을 받는다.
아무리 우리의 의지와 생각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라고 할지라도
우리의 무의식과 속미음이 열등감과 부정적인 태도로 채워져 있다면
매번 우리의 긍정적 노력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새 술과 동시에 이것올 담을 새 부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완벽주의적 성격을 가진 그 가정 주부도
새 뜻과 의지만으로는 성격을 고칠 수 없었다.
결국 그 주부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부대가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를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항상 자신감이 없고,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으며
틀리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속에 사는 것이 그녀의 솔직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부대였고 무의식이었으며,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자기 학대가 사라지지 않고서는
그녀는 진정 변화될 수 없었다.
자신은 늘 잘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시 받고 야단을 맞아야 한다는
무의식적 태도가 자신을 여유있게 풀어 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열등감과,자기를 더 이상 학대하지 않고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이면서부터 성격이 점점 달라졌다.
조금 틀리고 실수를 저질러도, 더 이상 자기를 들들 볶지 않아도 편할 수 있게 되었다.
새해를 맞아 많은 뜻을 세우고 변화를 추구히는 때가 되면
이 성경 말씀이 주는 교훈은 더욱 의미가 깊다.
이는 한 개인의 성격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변화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새 술로 바꾸어 보려 하기 이전에
자신의 그릇과 부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변화시키고 있는가?
매년 새해에는 조용히 자신의 깊은 내면의 모습을 인식하고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한다.
- 이성훈 <사랑하는 마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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