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마음을 비우는 연습

007 RAMBO 2018. 5. 30. 11:17

생체 내에는 여러 종류의 리듬이 있다.

보통 쉽게 느낄 수 있 는 리듬으로서 심박동, 호홉, 수면각성리듬과 월경리듬 등이 있고,

그외 자신의 여러 개인적인 리듬이 있을 수 있다.

생명체는 이러한 여러 리듬이 어우러져

마치 작은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된 아름다움을 창출해 낸다.


생명체의 특성은 평형과 조화(Homeostasis)이다.

리듬은 이 평형과 조화를 이루어 나기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리 유익하고 좋은 것이라도 그것만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조절하고 억제히는 역기능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상반된 기능들을 바로 이 리듬이 조절한다.


이런 여러 생체의 리듬중에 삶을 통해 가장 많이 경험히는 중요한 리듬이 있다.

각성과 수면, 활동과 휴식, 그리고 긴장과 이완 등의 리듬이다.

이는 서로 유사하면서도 약간씩 다르다.

우리는 이러한 리듬과 그 중요성에 대해 이미 익히 알고 있다.


과거 우리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이유 때문에 충분히 쉬지를 못했다.

가난을 이겨보려고, 자기 집을 장만해 보려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려고

늘 깨어서 일하고 공부해야 했으며 가능한 한 쉬는 시간을 줄여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 언젠가부터 우리 주위에 레저와 소비라는 말이 너무 익숙해지게 되었다.

어느 외국 신문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이상 '일벌레'가 아니라고 평했다고 한다.

먹고 마시고 운동하고 사고싶은 것 마음대로 사는 또 다른 기능이

우리 사회에 이제 보편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풍조를 염려히여 "우리가 아직 이럴 때가 아니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예전처럼 열심히 일을 해보자."고 소리치지만,

그 옛날처럼 그렇게 호소력이 강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아마 과거 너무 긴장하고 허리띠를 졸라 맨 반동으로

그 리듬의 골이 이처럼 깊은지도 모르겠다.


요즘 대학생들이 너무 놀기만 좋아 한다고 야단들이지만

이는 그 이전에 너무 긴장되고 억눌렸던 리듬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현상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수정해 보려 하기 전에

전체의 리듬을 보고 그 잘못된 리듬을 고칠 생각을 해야 한다.


과거 쉬어야 할 때, 자야 할 때 그러지 못했기에

이처럼 그 역기능이 심화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바른 우리의 리듬을 찾아야 한다.

옳은 사상과 집단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바른 리듬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리듬이란 한번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오기 마련이다.

많이 올라가면 그만큼 바닥으로 내려가게 되는 것이 리듬의 법칙이다.

우리는 주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사람이 비참하게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을

사회 여러 분야에서 지주 목격해 왔다.


사람들은 서로 너무 올라가려고만 한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강해지려고만 한다.

자기 소유를 내어 놓거나 약해 지려고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이를 계속 유지하려고 집착한다.


회복기에 있는 정신과 환자들도 이와 비슷한 유혹을 갖는다.

이제 많이 좋아졌으니 더욱 완전하게 좋아지려고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과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 너무도 당황하게 된다.


정신 증상에도 리듬이 있는데

이러한 리듬의 폭이 병적으로 크지 않게 되는 것이 치유이지

항상 즐겁고 편안한 것만을 기대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많이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 올라가지 말고

어느 정도 올라갔으면 다시 조금 내려가 보자,

그래야 내가 내려간 만큼 다른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시이소오의 단순한 원리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이를 알더라도 진정으로 내려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취할 때도 어렵지만 버릴 때는 더 어렵다.

돈을 벌기도 어렵지만 이를 포기하기란 더욱 어렵다.

술을 끊기 어려운 이유와 같은데, 그것에 중독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와 권력에 중독되고, 일에 중독되기 때문에

손을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하고 큰 변을 당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이 가질수록 그 중독력은 강해지기에 많이 가지지 않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가진 것을 포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설사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이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겸허한 미음을 매일 삶 가운데 다짐해야 한다.


우리의 가장 크고 중요한 리듬은 삶과 죽음의 리듬이다.

이는 다른 리듬과 달리 일회적이기에 그 죽음의 골은 너무나 두렵고 고통스럽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썼던 사람에게서의 죽음은 참으로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나는 마지막에 어떻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매일매일 죽는 마음으로, 빈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죽음의 골도 그렇게 깊거나 두렵지 않을 것이다.




- 이성훈 <사랑하는 마음> 중에서 -




'이성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로 회복  (0) 2018.06.01
밤과 아침을 이어주는 다리  (0) 2018.05.31
환상에로의 중독  (0) 2018.05.30
마음의 들보  (0) 2018.05.29
헤어지는 연습  (0) 201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