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척이나 더러운 옷이었다.
나는 원래 하나님께서 입으시도록
하나님의 스타일대로 창조되었다고 하는데
어쩌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스타일 완죠니 망가졌다.
나의 옛 쥔은 승질 무쟈게 드러웠고
그래서 나도 더러워진 것이다.
사진을 보시라.
선한 인상은 아니다.
옛 주인은 나를 걸래취급 하더니만
결국 나를 길거리에 내버렸다.
나는 워낙 더러웠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느날 길을 걷던 멋쟁이 신사가 나를 보더니
나를 사용해야겠다고 하면서
나를 집어들더니 자기 집으로 가져갔다.
나 같은 더러운 놈도 쓰임받게 되다니
무척이나 기뻤다.
하지만 새 주인은
나를 당장 사용하지는 않았다.
먼저 세탁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나를 최신형 세탁기속에 넣고
내게 새하얀 가루를 뿌렸는데
자세히 보니까 군데군데
빨간색 가루도 섞여있었다.
이게 뭐냐고 했더니
그게 있어야 때가 잘 빠지고
옷이 깨끗해진다고 하면서
그 가루는
주인의 아들의 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거 만드느라
아들이 참 고생 많이 했고
내가 상상도 못할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고 했다.
잠시 후에
맑고 깨끗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렸고
그 물을 맞으니까
무척 기분이 좋았다.
전에는 그런 깨끗한 물은
구경도 하지 못했고
더럽고 오염된 물만 접했다.
맑고 깨끗한 물에
온 몸이 푹 잠겨있으니까
마치 천국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고
잠시 후에
세탁통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현기증 나고 속이 메스꺼워서
토할 뻔 했다.
하지만 그건 세탁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탁 도중에 물을 보니까
물이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내가 무척 더럽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한테서 그렇게 많은 때가 나올 줄은 몰랐다.
세탁 과정이 끝나고
헹굼 과정으로 넘어갔지만
헹구고 또 헹궈도
때는 끊임없이 나왔다.
헹굼 과정이 끝난 후에는
이보다 더 괴로운
탈수 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탈수가 시작되자
세탁통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아가는데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로
힘들고 괴로웠다.
하도 뺑뺑이를 돌아서
탈진상태에까지 이르렀고
나는 나 자신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잠시 후에 세탁통이 멈추더니
다시금 물이 쏟아져내렸다.
"할렐루야!!!"
넘넘 기쁘고 감격해서
감사와 찬양이 절로 나왔고
눈물과 콧물이
수돗물처럼 흘러내렸다.
하지만 기쁨과 감격이 지나고 나면
다시금 견디기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도무지 언제 세탁기에서 나가게 될 지 몰랐다.
사실 세탁기에는
타이머가 장착되어 있고
세탁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표시된다.
하지만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시간을 볼 수 있는 것도
주인만이 가능할 뿐
나는 그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 없다.
그런데
세탁기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옷이 있다.
뺀질뺀질 이리 빼고 저리 빼다가
주인에게 붙들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옷은
주인이 손수 세탁을 한다.
어떻게 세탁하느냐 하면
빨래방망이로 빡쎄게 두들기면서
세탁을 한다.
두 번 다시 뺀질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주인이 이렇게 세탁을 하는 것이다.
주인의 심정을 이해하시길.
이런 옷은 수돗물에다가
주인의 눈물을 더해서
세탁을 한다.
그러니
얻어맞기 전에
세탁기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세탁 도중에
세탁기에서 꺼내달라고
주인에게 간청하는 옷이 있다.
하도 귀가 따갑게 소리질러서
주인이 세탁 도중에
옷을 꺼내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주인이 나중에
이 옷을 입고 다닐까?
입기는 커녕
버린다.
차라리
세탁이 끝날 때까지
버틸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훨 낫다.
고난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본능적인 마음이긴 하지만
고난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기보다
고난을 영혼을 위한 과정이라 여기며
끝까지 인내하면서 이겨내도록 힘써야 한다.
기나긴 인고의 세월이 지난 후에
마침내 세탁이 끝났음을 알리는
"삐~~~"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때까지
그보다 더 기쁘고 반가운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주인이 와서 세탁기 뚜껑을 열고
나를 세탁기에서 꺼낸 후에
빨랫줄에 널었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햇빛 구경을 했다.
가끔 주인이 와서
세탁기 뚜껑을 열고
나를 볼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햇빛 쏟아지는
티없이 맑고 화창한 날에
아름답고 화사한 꽃들로 충만한
주인집 정원에서
산들바람 맞으며
일광욕 하는 기분은
정말 짱이었다.
세계적인 휴양지가 부럽지 않았다.
바로 여기가 천국이니까.
내 안에 있던
유해한 세균은
강력한 햇살에 의해
살균처리되었고
꽃향기 가득한 정원에
오래 있다보니까
내 몸에도 향기가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샤넬 향수의 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이와 같은 천연 향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제부터 고생 끝,
행복 시작인 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일 따름이었다.
주인은 뽀송뽀송해진 나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더니
나를 바닥에 눕히고
칙칙이로 물을 뿌렸다.
기분이 무척 상쾌했지만
그건 일순간이었고
잠시 후에 뜨거운 다리미로
나를 꽉 누르더니
다림질을 시작했다.
이건 세탁기에서 겪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난이었다.
넘넘 뜨거워서
지옥에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고
힘들고 괴롭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말이 안 나오는 법이고
천국의 기쁨과 영광을 누리기 전에
지옥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법이다.
우승하는 운동선수치고
지옥훈련 안 받는 선수 있는가?
그렇다고 해서
다림질만 계속된 것은 아니었다.
때로 주인이 다림질을 멈추고
칙칙이로 물을 뿌려줬기 때문에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이토록 힘들고 괴로운
세탁과 다림질 과정은
모두 다
나를 위한 과정이다.
세탁을 해야
더러워진 내 몸이 깨끗해지고
다림질을 해야
주름진 내 몸이 펴지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주인이 나를 입지 않으신다.
아래에 있는
울 주인님 사진을 보시라.
인상이 참 좋지 않은가?
옛 주인과는
비교불가다.
그리고 나를 보시라.
넘넘 밝고 깨끗해지지 않았는가?
光이신 주인님처럼
나에게서도 光이 나게 되었다.
걸레보다 더 더러웠던 내가
이토록 놀랍게 변화된 것은
주인님 덕분이다.
Praise the Lord.
Thank you, Jesus.
Hallelujah
&
Maranat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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