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톡] 당신이 잠든 사이에 머리는 더 똑똑해진다
서울신문 입력 2015.06.09. 01:31 수정 2015.06.09. 01:40
오늘 컨디션은 어때?
어젯밤 나와의 만남이 즐거웠다면 기분이 상쾌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좀 찌뿌둥하겠지.
나는 잠의 신(神) ‘히프노스’야.
내 어머니는 밤의 신 ‘닉스’, 아버지는 암흑의 신 ‘에레보스’지.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내 쌍둥이 형이야.
난 아들도 여러 명 있는데 장남이 꿈의 신 ‘모르페우스’지.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 중 한 명인 소포클레스는 나를
인간의 모든 고통과 고뇌를 없애 주고
평온함과 기쁨을 주는 신이라고 찬양했지.
그런데 나폴레옹이나 토마스 에디슨 같은 사람들이
‘잠을 자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날 비난하기 시작하더니
현대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밤에 날 만나는 것을 꺼리더군.
이런 상황에서 뇌 과학자들이 앞장서서
내가 얼마나 훌륭한 신인지를 속속 밝혀내고 있더군.
좋은 일이야.
●잘 때 뇌신경세포 연결 강화… 기억력 개선
푹 자기만 하더라도 배운 것을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오랫동안 지속돼 온 나쁜 버릇이나 편견까지 고칠 수 있다는 거야.
이건 비밀인데, 사실 그건 나도 모르고 있었던 능력이라네.
브라질 히우그란지연방대 뇌연구소의 윌프레두 블랑쿠 박사팀은
수면이 뇌 신경세포 간 연결을 강화시켜
기억이 오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생물정보학 분야 권위지인 ‘PLOS 전산생물학’에 발표했더군.
기억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뇌에서 ‘장기강화’(LTP)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블랑코 박사팀은 생쥐를 이용해 실험을 통해
깨어 있을 때보다 잠을 잘 때 LTP 관련 단백질이 활성화된다는 점을 밝혀냈지.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텍사스 오스틴대, 프린스턴대 공동 연구진은
잠을 자는 동안 기억을 선택적으로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더군.
이 사람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종적, 성적 편견 같은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도 충분한 잠으로 없앨 수 있다고 하더군.
●수면 부족할수록 뇌에 치매 유발 물질 쌓여
이뿐만이 아니야. 제대로 못 자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네.
미국 버클리대 매슈 워커 박사는 “잠이 부족할수록 알츠하이머 유발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더 많이 쌓인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지.
깨어 있을 때 생기는 베타아밀로이드는 자는 동안 깨끗하게 청소가 되는 물질이야.
그런데 잠이 부족한 사람들은 베타아밀로이드가 다 사라지지 않고 찌꺼기처럼 남아 있게 되지.
제대로 잠들지 못하면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이 갈수록 더 많아지는 거지.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아지면 자는 것이 어려워지고
잠을 못 자면 베타아밀로이드가 더 쌓이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야.
결과적으로 수면 부족이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치매까지 유발한다는 말이지.
어떤가.
이래도 잘 자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
참고로 성인들은 7~9시간, 청소년은 8~10시간이 적정 수면 시간이라네.
또 밤잠이 부족하면 낮잠으로라도 잠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
어쨌든 오늘 밤에는 일찍 만나세나.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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