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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마음

007 RAMBO 2015. 5. 27. 00:00

사람의 기술은 로봇이나 컴퓨터의 작업처럼
정확하거나 신속하지는 못하지만
그 속에서 마음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에
기계들의 무감각한 기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이가 있습니다.

특히 예술의 깊은 경지 속에 표현되는 인간의 기술은
그 사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처음 기술을 배울 때는
그 기술을 의식적으로 학습하게 됩니다.

악보를 하나하나 보고 손을 놀리는
아이들의 피아노 학습 속에서
아이의 인격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기술을 어느 정도 익히고
의식적인 연주가 필요하지 않는 단계가 되어야
그 사람의 인격을 그 연주를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격과 마음은
대부분 무의식에 속하며

의식을 통해서는
그 무의식에 있는 마음을
그대로 표출시키지 못합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미움이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웃을 때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표출된 말과 행동과 그 속마음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를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내가 느끼고 알고 있는 마음은
이미 나의 무의식의 마음이 아닙니다.

내가 모르는 내 마음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내 속마음을 비추어 볼 거울은 없을까요?



운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처음 면허를 따고 연수를 받을 때는
바짝 긴장을 해서 두 손을 운전대에서 떼지를 못하지만
대개 몇 달만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한 손을 자연스럽게 옮기게 됩니다.

운전하면서 휴대폰도 받고 커피도 마시게 됩니다.
이 정도가 되면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운전을 하게 됩니다.



무의식적인 기술 속에는
인간의 무의식적 마음이 절로 배어나오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아무리 의식적으로 방어를 하고 숨기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원래 마음이 살며시 스며 나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드러난 성격대로 운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반대로 운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동형성이란 심리적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마음 깊숙한 곳의 감정을 반대로 드러내는 그러한 경우입니다.

미움이 친절로, 반발심이 복종으로,
슬픔이 웃음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보통의 인간 관계에서는 이러한 속마음은
술을 마시거나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드러나지만

운전할 때는 아무런 방어가 없이
자신의 속마음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잔잔하고 온화한 성격인 것 같지만
그 속에서는 뭔가 모르는 분노와 조급함이 억압되어 있다가
무의식적인 운전 속에 나도 모르게 드러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며
누가 봐도 자신만만하게 사는 사람인데도
속력을 내는 일이 두려워 고속도로를 아주 싫어합니다.

물론 시내운전은 아주 잘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주 긴장하며 서서히 합니다.

이상한 버릇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의 깊은 마음에 뭔가 두렵고 불안전한 것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거리, 길이 좁고 차가 많은 탓도 있지만
운전이 너무 조급하고 사납습니다.
서로 위협하며 팽팽히 맞서며 갑니다.

이러한 우리의 운전 문화를
단순히 습관으로 돌려버리기에는
너무 우리에게 관대한 것 같습니다.



그 속에 우리들의 경쟁적이고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마음,
뭔가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마음을 보는 것 같아
무척 슬프기만 합니다.

이러한 마음을 슬퍼하면서도
우리 자신도 그 속의 한 사람으로

똑같이 부딪히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더욱 우리를 답답하게 만듭니다.

운전대에 앉아 바깥에만 시선을 둘 것이 아니라
볼 수 없었던 우리의 내면의 세계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from 사랑하는 마음
by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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