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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원인 (1)

007 RAMBO 2014. 5. 5. 15:34

평안이 없다.

 

삶을 파괴하는 문제는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현상에만 집중하지, 그 원인을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성폭행범이 어린 소녀를 잔인하게 유린하는 사건이 각종 언론에서 쏟아지면

사람들은 벌떼처럼 일어나 극형으로 처하라고 아우성치지만,

정작 성폭행범이 어릴 적 자랐던 가혹한 성장환경이나 교육부재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

 

시간이 지나가면 기억에서 잊고 있다가,

또 다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일어나면

고개를 치켜드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구경꾼들에게는 자신에게 직접 발생하는 일이 아니기에

당사자가 피부로 느끼는 극한의 괴로움을 알 수 없다.

 

사건이 겉으로 드러나게 될 때까지 오랜 잠복기간 동안

자신과 가족을 괴롭혔던 쓰라린 고통에 무지하기에,

원인을 캐어내 미연에 방지하는 고된 작업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

 

그렇지만 당사자들은 입장이 다르다.

소중한 가족과 단 한번뿐인 인생이 걸린 문제이다.

영원한 생명까지도 여기에 달려 있다.

평안이 없다.

조용하면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밖에 나간 식구들을 불러대거나

TV나 라디오의 볼륨을 커다랗게 틀어놓는다.

 

혼자 있으면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독신으로 산다면 집안에 애완동물이 빼곡하다.

그것도 모자라 시간만 나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내면의 불안을 없애려고 애쓴다.

 

또한 수중에 돈이 없으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지갑에 꽂아두거나 딱히 쓸 일이 없는 데도

현금서비스를 받아 두둑하게 가지고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왜 사람들은 혼자 있는 조용한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의 마음에 평안이 사라졌다는 증거이다.

 

조용한 시간을 넉넉하게 즐기는 평안한 마음이 없기에

다른 무엇으로 채우지 않으면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생떽쥐뻬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대낮부터 광장에서 술 취한 사람은,

술에 취한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잊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신다고 했다.

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친구이다.

 

그렇지만 술은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중독자로 만들고

재정적인 많은 손해를 가져오며 건강까지 위협하는 나쁜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을 또 찾는 이유는

술에 취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생각을 마비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고, 잊고 싶은 기억들이 많기에

정신이 또렷한 시간들이 두렵다.

 

술과 도박, 게임의 나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다시는 나오고 싶지 않다.

 

취업이 되지 않아 주변의 시선이 두려운 청년은

도서관으로 가기보다 PC방에서 세월을 보낸다.

게임 사이트로 도망치면서 다시는 두려운 현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게임 사이트에서 영원히 살수 없다는 것이다.

직장이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직업을 갖으려 애쓰지 않는 한,

마음에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적극적으로 직업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면,

주변의 시선이 무서운 현실에서 도피하지 못하고

불안과 염려, 불평과 원망을 끼고 살게 될 것이다.

 

번듯한 직장이 있더라도 불안과 공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언제 해고 될지 모르는 현실은 늘 두통약을 입에 달고 살게 만든다.

 

시도 때도 없는 구조조정은 모든 기업의 일반적인 현상이며,

능력 있고 젊은 신입사원들이 치고 올라오고

동료가 먼저 승진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것도 슬픈 현실이다.

 

자녀들은 엄청난 대학등록금이 필요한 나이이며,

아파트 대출금도 많이 남은 데다, 노후대책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해고라도 당한다면 극빈층으로 급전직하(急轉直下)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불안스럽기는 해도

매달 월급이 또박 또박 나오는 직장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입장이 아닌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을 하고보니

중년의 재취업시장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은 땅이라,

명퇴금에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자영업을 시작하였지만,

끝없는 불황으로 인한 출혈경쟁에 인건비는커녕 월세에다 대출이자내기도 버겁다.

 

지금이라도 당장 때려 치고 싶지만 투자비용은 고사하고

계약이 끝날 때까지 월세를 꼬박꼬박 내야하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영업을 시작한 뒤로 아내와 다투지 않은 날들이 거의 없으며,

주량이 세지 않았지만 이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중독이 되었다.

 

칼날을 세운 아내와는 각방을 쓰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이혼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으며

자녀들과도 대화 없이 지낸지 오래이다.

 

그러다보니 평안은 고사하고 술이나 인터넷 게임으로

고달픈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은 게 요즘의 심정이다.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고 3초만 출발하지 말아보라.

뒤에서 쉬지 않고 경적이 울릴 것이다.

 

잠시라도 참지 못하는 빨리 빨리병은

온 국민에게 퍼져있는 바이러스이다.

 

식당에 들어서기 무섭게 식사가 나와야 하고,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도 줄을 서는 것을 참지 못해 새치기가 극성이다.

빨리 빨리 해치워야 하는 이유는 무언가 쫒기는 듯한 강박관념 때문이다.

 

자영업을 해도 휴일이 없고 직장에도 퇴근시간이 없으며

쉬는 날에도 나와서 자리에 앉아있어야 직성이 풀린다.

마음에 여유가 없고 평안이 사라진 현상이다.

 

TV나 신문을 끼고 사는 행위도 평안을 앗아가는 주요한 이유이다.

알다시피, 뉴스에 주로 나오는 사건들은 교통사고, 실업자, 성폭력,

부도덕하고 무능력한 정치인, 끝없는 불황, 주가나 부동산의 폭락 등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뉴스를 받아들이다보면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변하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뉴스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고 여긴다.

평생 동안 보아온 뉴스를 통해 머릿속이 쓰레기통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대인관계의 갈등도 평안이 발붙이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가까운 가족이나 배우자과 갈등이 만연해있다면

가정에 돌아와도 휴식을 취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직장이나 사업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정에 돌아와서도 풀 수 없다면,

인생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기관차가 된 셈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마음에서 평안이 사라진 자리에는

짜증과 분노, 불평과 원망으로 대신 들어서 있기에,

삶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발탄처럼 위태하기 그지없다.

 

 

출   처 : 다음 카페 [크리스천 영성학교]

글쓴이 : 신상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