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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어에는 "YOU"라는 단어가 없을까?

007 RAMBO 2013. 8. 11. 21:51

*펀글입니다.

 

LA 타임즈의 한국 태생의 한국계 미국인 여기자가
영어의 인칭 대명사 you와 한글의 존대말에 대한 칼럼을 썼다.

코니 강이라는 이 여기자는 서울 출생으로 한글을 모국어로 배웠으며,
이후 미국으로 이주해 오랜 세월 (60이 넘도록) 유력 일간지에서 베테랑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코니 강 기자는 이 칼럼에서 영어의 you라는 인칭 대명사는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경어 체계를 뛰어넘는,
단순하지만, 훌륭한 단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칼럼은 언어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로 보일 수도 있고,
한국어의 지나친 '격식'을 비판한 입장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가장 뚜렷한 차이점을 짚어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글이다.

내용을 일부 요약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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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도 더 넘은 일이다. 내가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영어의 2인칭 대명사, you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이후 아버지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아는 이 you라는 세글자의 단어가 주는 느낌에 깊이 매료됐다.
(아버지는 서울대에서 영어와 독일어를 연구하는 권위 있는 교수셨다.)

you라는 단어는 내 모국어가 나에게 짊어지운 불편함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나의 모국어인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다단한 경어 체계를 가진 언어이다.
한국어에는 아직도 유교주의에 경도된, 계층 의식이 뿌리깊은 존대말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런 시스템에서 벗어나 평등주의의 세계로 인도한 것이 바로 영어의 you이다.

오해가 있을지 몰라 말해 두지만, 한국어는 놀라울 정도로 문학적인 언어이다.
정교한 두운법과 의성어 체계는 세계 어느 나라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어에는 최소한 6개 이상의 경어 레벨이 존재한다.
동사의 어미와 인칭 대명사를 이용해 극존칭에서 무례한 하대 언어까지 구사할 수 있다.

한국어에서는 you를 번역할 수 있는 단어가 4개나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you를 가장 시의적절하게 번역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는 점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운 한국계 미국인들은 굉장한 혼란을 겪는다.
특히 한국의 공동체 의식을 대변하는 we-우리라는 단어를 쓸 때 더욱 그러하다.

한국인 여성은 자신의 남편을 이야기 할때 "우리 남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어에서 "우리 남편(our husband)"라고 말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남편을 여러 명의 여성이 소유하는, 일부다처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우리"라는 소유격은 가정, 집안, 공동체와의 연관성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는 영어에서는 실종된다. 영어에서 "우리 아버지(our father)"라고 말할 때는
기도문에서 신을 지칭할 때 뿐이다.

한국인은 내 자신 하나만을 지칭하는 것을 꺼려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전화로 "love you"라고 말하면, 내 어느 한국인 친구는 "we do too(우리도 사랑해)"대답한다.
'내'가 너를... 이라고 말하길 꺼려하는 건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독특한 언어 습관이다.

한국어는 전세계에서 7900만명이 사용하는 언어다.
미국에서만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이 언어는
전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어를 배우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말을 할 때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하려면 먼저 상대방의 나이, 교육 수준, 직업, 사회적 위치 등을 먼저 파악해 적당한 단어들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보다 사회적 지위 등이 높아 보이면 "존대말"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반말"을 한다.

영어의 you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you라는 단어를 쓰면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과도 편하게 대화를 즐길 수 있다.
이는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이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한국 젊은이들은 항상 긴장을 해야 하고
어떤 때는 듣기만 해야 될 때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한국 사회 공동체에서 일하는 변호사 서통씨는 이렇게 말한다.
"you는 민주주의의 핵심을 표현하는 단어와도 같습니다.
you는 우리를 한국의 카스트 제도에서 벗어나게 해주죠, 삶이 훨씬 편해집니다."

한국에서 자라 미국으로 이민 온 케이 던컨이라는 여성은
you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살 동안 뒤에 숨어 있기만을 좋아했던 이 수줍은 여성은
영어의 you를 사용하게 되면서 자기 주장에 강해질 수 있었다고.

"영어로 얘기를 하면 '네가 어쩌고 저쩌고'라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이 회사의 사장님이라고 해도요."

반대로, 하와이 대학의 한국어 학과 교수로 있는 손호민 교수는 미국으로 온 뒤
you라는 단어 때문에 몹시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지도 교수에게 함부로 you라고 하기가 어려워 돌려 말하느라고 고생이 심했다고.

산 호세에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김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에서 영어로 말을 하더라도, 한국인은 you라는 단어를 쓰기가 어렵습니다. 무척 어색하거든요.
한국인들은 서로 간에 예절바르고 교양있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실제로는 무례한 사람이라도 최소한 대화에서는 그런 척을 하죠."

한국어에서 you는 최소한 4개의 단어로 번역된다.
귀하, 당신, 자네, 너. 하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you도 똑같지는 않다.

"귀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 대한 극존칭이다.

"당신"은 다분히 격식이 있는 you이다.
하지만 당신은 남에게 삿대질을 하며 사용될 수도 있고,
결혼한 여성이 남편을 다정하게 부를 때 사용될 수도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당신이라고 부르면 싸움이 날 수도 있다.

"자네"는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이들을 지칭할 때 쓰는 단어다.
예를 들어, 장인어른이 사위를 부를 때.

"너"는 아이들이 서로 간에 격식 없이 부르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부르기가 무척 복잡하고 어렵다.
교사들은 선생님, 나같은 기자는 기자님, 회사의 사주는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한국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한국어를 쓰는 사람과 함께 살 경우다.

한국어와 you를 섞어 쓰기도 하고, "유(you)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부 간에 이도 저도 어색해서 프랑스어의 2인칭 대명사 tu를 쓰기도 한다.
"당신은 너무 차갑고 딱딱하고, 허니(honey)는 닭살 돋고, 그러면 그냥 tu로 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