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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에 다녀왔습니다

007 RAMBO 2020. 4. 1. 09:00

*2011년 만우절에 쓴 글이고,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요즘 이래저래 좀 힘들어서

바람도 쐴 겸 만우절에 다녀왔습니다.

 

1년에 단 한 번, 4월 1일에만 개방하는

신비의 사찰, 만우절.

 

KTS를 타고 가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무료함에서 무가지인 구라일보를 꺼내봤습니다.

 

1면에 있는 큼지막한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일왕, 과거사에 대해 무릎 꿇고 한국에 사죄하다."

 

역시 구라일보다운 개념 충만한 소식이었습니다.

강산이 수천,수만번 바뀌어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혼란 속에서도

악착같이 독도를 고집하는 그들을 보면서

 

지진 성금이 무척이나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내 돈 돌리도~~~

 

신문을 다 읽은 후에 차내에 있는 모니터를 보니까

만우절에 대한 다큐가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만우절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니미년 4월 1일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그 해 3월 1일에는 항국의 식민지였던

닐본에서 독립운동이 있었다고 하네요.

 

당시 참된 진리와 진실이 판을 치고 있던 세상에서

거짓에 목말라하던 소수의 구라인들이 뜻을 모아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에 

만우절을 지었습니다.

 

구라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진실로 눈물겹기 그지없습니다.

 

사창가에서 창녀에게 성고문을 당하고

방석집에서 기생에게 술고문을 당해도

 

이들은 결코 구라지 않고

끝까지 구라를 사수했고

 

그 결과 오늘날 세상 구석구석까지

구라의 손길이 미치게 된 것입니다.

 

KTS에서 내린 후에 만우절로 걸어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김구라씨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당근 만우절에 있을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습니다.

 

자기는 매년 그곳에서 강연을 해와서

금년에도 당연히 그렇게 할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 강사로 초청되었다고 하더군요.

그가 누구인지는 잠시 후에 알게 되실 겁니다.

 

구라벤다와 구라일락 향이 가득한 경내에는

구라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저마다 썩소를 날리며

구라를 나누고 있었고

 

섬나라 분위기 물씬 풍기는 어떤 분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구라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아서

어디 사느냐고 물어보니까

 

서울에 있는 푸른 기와집에 거주한다고 하면서

747 구라 등의 다양한 구라를 현란하게 구사했습니다.

 

그는 아내를 이곳에서 만났다고 했고

주지 스님께서 아내의 법명을 지어주셨다고 했습니다.

 

그의 아내의 법명은

만우라.

 

곳곳에 설치된 JVL 스피커에서는 구라파에서 음악을 공부한

구라 뮤직의 대가인 미키 구라모토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그의 음악에 고무된 일부 구라인들은

멜로디에 구라를 붙여서 노래 하기도 했습니다.

 

법당에서는 구라의 달인이신 정직 김뱅만쌤께서

최첨단 구라에 대한 강연을 하셨고

 

강연이 끝난 후에 많은 사기꾼들로부터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식사 때가 되자 사기꾼들이 식당에 모여서

사기 그릇들을 선반에서 내려놓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오직

사기 그릇만 사용합니다.

 

주방에서는 주지 스님이신 구라 스님께서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모든 식재료는 손수 재배하신

신토불이 유기농 재료라고 하셨고

 

러샤 출신의 핵 권위자인 구라스키 박사가

직접 방사능 검사를 한 후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왠지 모를 대륙과 쪽국의 진한 향기가

두 사람의 말을 의심케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배가 고팠던지라

의심은 접어두고 식사에 전념했습니다.

 

후식으로는 뻥 전문가인 

뻥쟁이가 만든 뻥과자와

 

큰집에서 갓 출소한 사기꾼들이 만든

따끈따끈한 감빵이 제공되었고

 

이후에 간식으로

구라면이 제공되었습니다.

 

신라면의 아성을 무너뜨리고자 만든

막강 라면, 구라면.

 

농심의 경쟁사인 논심에서

사운을 걸고 만든 라면입니다.

 

자매품으로는 쉰라면이 있습니다.

유통기한 지난 라면을 재활용해서 만들었죠.

 

물론 만우절에서도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고 있고

불우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佛友

 

간식을 먹은 후에 주위를 둘러보니까

이런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고가는 구라속에

싹트는 불신풍조"

 

이 말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시험해보고자

옆에 있던 미모의 여인과 구라를 나누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여인의 미모도 구라였고

이 사람이 여인이라는 것도 구라였습니다.

 

어쩐지 그녀에게서 남자의 향기가 난다 싶었는데,

암튼 저는 걍 구라에 몰두했습니다.

 

구라를 나누면 나눌수록 제 안에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점점 늘어났고

 

제 얼굴에는 구라로 만들어진 가면이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저의 진심을 이야기했더니

 

인근에 있던 동자승이 와서

제게 옐로카드를 보여줬습니다.

 

이곳에서는 오직 구라만 말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번만 더 진심을 이야기하면 퇴장이라고 했습니다.

 

구라에 신물이 난 저는

미련 없이 자퇴를 결심하고

 

구라로 얼룩진 가면을 벗은 후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습니다.

 

 

제게는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만우절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만우절을 찾고 있고

 

만우절에서 생성된 다양한 구라 바이러스는

세상 속에서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구라로 오염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진리와 진실을 찾는 노력을

절대로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구라늄에 피폭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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