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과 성인아이

성인 아이를 만들어 내는

역기능 가정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정상적인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기라면

아주 어릴 때부터 자고, 쉬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서

영양소가 골고루 분배된 음식이 제공될 것이다.
 
또한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에 맞는 의복이 제공되어야하며

더욱이 단순한 필요를 넘어서

개성과 아름다움을 충족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할 것이다.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건강한 인격으로 자랄 수 있는

학교의 기본교육도 제공할 것이고

또한 건강한 삶을 위한 깨끗한 환경,

예방주사 등의 의료조건도 준비가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사랑의 충족이다.

 

실수에 대한 용납과 위로, 칭찬과 격려를 통해

건강한 인격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역기능적인 가정에서는

아이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환경조차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다.

 

말하자면 가장 기초적인 기본교육, 생존,

의식주 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안 계시거나

혹은 아버지가 계시더라도

알콜 중독이나 알콜 의존적인 삶으로 인해

정상적인 가장의 역할을 못하게 될 때,

어떤 자녀들은 부모를 대신하여

자기가 가장의 일을 하고자 함으로서

스스로를 희생하기 시작한다.

 

특히 가난한 형편 때문에

집안의 형제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면

형제들 가운데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
 
나이가 많은 형이나 누나라면

“내가 희생해서라도 

동생들만큼은 공부를 시키겠다.”

라고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 반대로 똑똑한 형을 위해서

혹은 언니를 위해서 아니면

집안의 들보가 되는 누군가를 위해서

다른 형제들이 희생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린아이면서도

가정을 생각하고 부모님을 생각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가정을 책임지려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아이들 가운데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드는 아이들도 많이 있고,

또한 사람들은 일찍 조숙해지는 아이들을

대견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또 다른 차원으로 생각해 본다면,

일찍 철이 든다는 말은

어떤 점에선 좋은 말은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 만큼 감당해야 하는

마음의 짐과 상처가 크다는 말일 수 있으며,

그 상처와 환경의 후유증으로 인해

자신의 어린이다움과 더 나아가서

어린아이에게 마땅히 보장되어야 하는 모든 환경을

스스로 포기하고자 하는 시도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희생양이라고 인식하는,

또 한사람의 성인아이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을 희생하고 살아가면서

자기 스스로 실패자 의식을 갖게 되어

성인이 된 이후에라도

정상적인 자신감의 상실이나

공부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는

남모르는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열등감은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공평하지 못한 세상이나 환경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불행한 환경,

특히 자신이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삶에 대한 억울한 마음이나

분노의 마음들을 해소할

부정적인 탈출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즉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억눌린 마음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 있는 짜릿한 그 무엇에

자신의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인데,

자기 스스로를 위하여

남들이 알지 못하는 자기 위로의 방법들이

대부분 정욕적인 쾌락과 맞물리기 쉽다는 것이다.
 
흔히 나타나는 자기위로의 방법은

술이나 담배 혹은 마약과 같은

약물 중독일 수 있다.

 

또한 도박중독은 심각한 정신질환이지만

그 시작은 어린 시절의 상처로 비롯된 경우도 많다.

 

특히 라스베가스나 주변의 도박장에 얽힌

비극적인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한다.

 

짜릿한 노름에 빠져있는 순간,

또한 현란한 불빛과 소음을 내며 떨어지는

라스베가스의 동전소리는

마음속에 억눌려 있었던

감정의 앙금을 잊어버리기에 좋은

쾌락적 순간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쾌락으로

마음의 상처를 보상받고자 한다면

오히려 또 다른 아픔과 상처를

유발하게 될 것이며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정과 자녀들을

또 다른 성인아이로 살아가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욕망이나

쾌락의 탈출구를 갖고 있다면

자신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영적 굶주림의 뿌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고,

이런 경우 아주 어린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삶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