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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관심을 먹고 자란다

007 RAMBO 2020. 11. 16. 19:34

100일을 갓 넘긴 아가는

타인의 존재를 알아간다.

 

옆에 앉아 지켜봐주면 즐겁게 놀다가도

엄마가 없으면 칭얼댄다.

 

술래잡기처럼 함께하는 놀이를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모빌을 보며 발차기를 할 뿐인데도 말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느낌인 게 확실하다.

 

아이는 그렇게

타인의 관심을 먹으며 자란다.

모두가 그렇게 자라났다.

 


어른이 된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시선을 필요로 한다.

 

많은 행위의 동기에는

언제나 타인의 관심이 있다.

 

옷에 신경을 쓰는 것이나

폼나는 자동차를 갖고 싶어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으면

잘 차려입을 필요도 없고,

아무도 만날 일이 없다면

굳이 자가용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관심종자’라는 신조어가 있다.

관심을 받고 싶어서

특이한 행동이나 과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줄여서 ‘관종’이라 말하는데,

‘너 관종이야?’는 보통 비꼬는 표현이다.

 

관심을 갈구하는 모습은

이처럼 빈정을 사기도 하는 탓에

많은 사람들은 행동을 할 때

혹시 관심받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검열을 한다.

 

타인을 의식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관심을 얻는 데에 실패할 확률을 높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누구나 타인의 시선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정도가 과해서 자해를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관심을 위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행위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어야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주위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와 상관없이

심리적으로 혼자라고 느끼거나

소외되었다고 느끼면 우울해진다.

 

지켜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모빌을 보던 아기가 우는 것처럼

어른의 마음도 울게 된다.

 


많은 심리적 문제가

‘인정’과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도 그렇다.

 

그런데 인정과 사랑은 곧

관심의 연장선상이 아니던가.

 

지켜봐주고 알아주는 타인이 없으면

며칠 밥을 굶은 육체처럼

마음은 공허해진다.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다가 실패하면

마음의 병이 생겨난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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