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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못할 계절

007 RAMBO 2020. 10. 3. 08:28

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필자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94세로 소천하셨다

어머니의 경우 치매가 있으셔서 요양원에 모셨는데

늦은 나이에도 노동을 놓지 않으셨다가

평안한 몇 년을 보내셨다

 

그러다 가끔 곡기를 1주일씩 끊으시고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

이런 경우 영양제를 주사하거나 코로 액체의 식사를 해야만 한다

그러기를 몇 달에 한 번, 몇 번 거치신 다음

2주간 곡기를 끊으셨는데 그때 임종하셨다

 

곡기를 끊는 행위는 이제

이생에 대한 끈을 내려놓으시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2주간이나 끊는 것은 생을 마감하려는 마지막 사투다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려는 순간이 있다

 

나이와 세대에 관계없이 생을 마감하는 때가 있다

전쟁이나 기근이나 자연재해가 그렇다

이것은 자신의 의지에 관계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도 있고 간절함도 있어서

때에 관계없이 생을 마감하는 것이 휴거다

휴거는 이생의 생은 마감하지만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전환하기에 두려움이 없다

새로운 몸으로 변형되고 예정된 새로운 삶은

거대한 경이로움의 시작이다

새로운 몸의 재료는 이전의 몸에서 가져올 재료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신자들이 부활 때

이전의 몸은 모두 썩고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자들이 부활 때에

꼭 묻힌 무덤에서 부활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계시록에는 바다가 죽은 자들을  내줄 것이고

사망도 음부도 그렇다고 말한다(계 20:13)

바다에서 실종되어 죽은 사람은 무덤이 없기에

몸이 묻히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부활과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표현한 것이다

 

사망과 음부는 죽은 자들의 영역이라는 견해와

불의한 자들이 머무는 장소라는 견해가 있다

사망은 죄로 인한 결과이므로

최종적으로 사망과 음부도 둘째 사망 곧 불못에 던져지게 된다  

 

고단한 인생길

짧은 것 같지만 생각보다 길었고 희로애락이 있다

미래를 모르기에 한 걸음씩 걷다 보니 어느새 여정이 끝난다

하지만 누구든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오늘 너머의 일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죽음 너머로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지만 

대부분 많은 것을 모으려 일생을 건다

첫 번째는 자신이 먹고 두 번째는 자식까지 먹으려 모은다

우리는 불멸의 존재가 아니며 오래 살지도 못한다

마침내 모든 삶을 내려놓고 법정 앞에 서게 되면 사시나무 떨듯 떤다

인생은 반복될 수 없는 그의 미래를 결정한다

 

휴거 또한 비슷하지만 다르다

떠날 때가 되어도 유서를 쓸 수 없고 유언도 할 수 없다

나이나 세대에 관계없이 들이닥친다

 

그나마 우리가 그날을 위해 마무리를 해야 한다면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잡념을 내려놓는 일이다

인생은 홀연히 떠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그림자 같은 허상의 것들을 남겨두고

아름답고 영구적인 실체를 향해 떠난다

"아이들, 노인들, 가족들은 어떻게 되지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질 수도 있고

노아 가족처럼 함께 갈 수도 있다

기도는 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사 가는 사람은 쓸데없는 물건들을 버린다

더구나 땅에서 하늘로 이사 갈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땅의 시민이 하늘의 시민이 되고

새로운 질서 안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두 번째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점검하는 일이다

행여 부족함이 보이지 않을까?

옷이 더럽혀져 있는 부분은 없는지

끝까지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

휴거 신부는 후퇴할 곳도 없는 배수진에 서 있다

뒤에는 물이요 앞에는 적군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도 이런 상황을 맞이했었다

앞에는 홍해요, 뒤에는 바로의 군대가 있었다

배수진을 두고 전쟁하는 군사는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휴거는 하늘과 땅이 떠들썩한 대형 행사다

하늘이 마지막 준비로 분주할 것이다

개봉 박두

 

우리 하나님께서

그의 사랑하는 백성들을 위해 준비하신 것은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것이다

 

다시 오지 못할 계절

다시 돌아오지 못한 시즌

인생의 뒤안길에서 뒤를 보니 살아온 것이 기적이다

삶의 굽이굽이마다 하나님의 사랑이 있었다

주님, 이번만은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소서

부디 지체하지 마소서

 

목적지가 분명한  편도의 여행

필자가 공수부대를 제대할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다시는 저 부대 정문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으리라

 

완전한 해방감

그동안 고생했다

잘 버텼다

용기를 내어라 포기하지 마라

거룩함 가운데 거하라

이제 곧 오시리니 조용히 기다리라

영원한 나라로 이사 간다

 

 

 

출처: 카이로스

blog.naver.com/acoloje/222103604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