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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를 찾아 온 산타클로스

007 RAMBO 2013. 12. 25. 14:33

한 십오 육 년은 되었으리라.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아내와 더불어 초저녁에 나선 산타 나들이가 산동네를 구비 구비 돌아오다 보니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내 집 앞에 다다랐다.

 

‘아뿔싸! 남의 아이들 챙기느라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엄마 아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나의 네 아들들의 손에 쥐어 줄 것은 미처 마련하지 못하였구나.’


서둘러 발길을 돌려 문 열린 구멍가게에서 과자 몇 봉지를 사 들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방문을 활짝 열고 들어서니 아이들도 한목소리로 화답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넉넉지 않은 것에 익숙해 있는 탓일까? 내놓은 과자를 무슨 귀한 선물인양 받아드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공연히 콧날이 찡해진다.

 

과자를 나누어 먹고 행여 주인댁 할아버지의 단잠을 깨울 새라 조심조심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고는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뒤척이다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쾅, 쾅’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큰소리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소리가 나고 이내 대문 앞 골목을 뛰어가는 급한 발소리가 들린다.


주섬주섬 옷을 꿰입고 얼른 대문을 열어보니 웬 큰 보따리 하나가 대문 앞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며 방안으로 들고 들어 와 풀어 본 보따리 안에는 푹신한 이불 한 채와

 

우리 아이들 몸 치수 따라 고만 고만한 크기의 점퍼며 코트 등 방한복들이 들어 있었다.

 

“야,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오셨는 갑다(오셨는가 보다)!”


막내의 감탄사에 제 형들이 까르르 웃고 금시 눈물이 글썽해진 아내는

 

“세상에, 산타의 집에 산타가 오시다니…” 하고는 목이 잠겨 뒷말을 잇지 못했다.

 

전혀 짐작이 안가는 바는 아니었으나 그 날 산타클로스의 집을 찾아 온 또 다른 산타클로스가 누구인지 애써 밝히지 않은 채

 

그것은 우리 가족들에게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유난히 추웠던 그 해 겨울, 그러나 우리 가족들에게는 더 없이 따뜻하기만 한 겨울이었다.

 

 

-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