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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거워짐에 대하여

007 RAMBO 2013. 7. 11. 19:44

     

     

     

    헐거워짐에 대하여 / 박상천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 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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