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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지식을 이긴다

007 RAMBO 2019. 6. 3. 07:48

지혜를 겨루는 세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물리학자, 다른 한 명은 건축가,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화가였는데

세 사람은 모두 기압계를 쥐고 탑 아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의 지혜를 측정하는 시험문제는

기압계를 이용해 이 탑의 높이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었다.

이 시합의 승리를 좌우하는 핵심은 바로 창의력이었다.

 

세 사람은 지식 분야와 직업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생각하는 방식 역시 가지각색이었다.


건축가는 특히 더 자신만만했다.

그에게 이런 일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그는 재빨리 탑 아래에서 대기기압을 측정하고는

탑 꼭대기에 올라가 다시 한 번 기압을 측정했다.

그리고 탑 아래와 꼭대기의 기압 차를 계산했다.

높이가 12미터 상승할 때마다 수은주가 1밀리미터씩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하여 탑의 높이를 계산했다.

건축가는 자신의 답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물리학자는 탑 꼭대기에 올라가 손목시계의 초침을 봤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기압계를 아래로 떨어뜨려

기압계가 지표면에 떨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했다.

그리고 자유낙하공식을 이용하여 탑의 높이를 계산했다.

그는 자신의 과학 지식에 자부심을 느끼며 매우 뿌듯해했다.

그는 자신이 계산한 답이 탑의 실제 높이와 가장 근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지막 경쟁자인 화가는 문제를 접하고 아주 난감했다.

그는 물리학자처럼 적용할 만한 공식을 아는 것도,

건축가처럼 이런 일에 경험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가는 마음을 차분히 하고 오히려 이와 관련된

아무런 과학지식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그러자 화가의 선택의 폭은 굉장히 넓어졌다.

화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렇게 생각했다. ‘길이 없을 땐 길을 만들면 돼.

어차피 답만 맞추면 이기는 거니까 말이야.’

 

그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그렇게 고심한 화가는 결과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 너무 간단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화가는 기압계를 탑 관리인에게 선물했다.

그러면서 사무실에 있는 탑 설계도를 보여 달라고 했다.

결국 화가는 아주 쉽게 설계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는 설계도에 수북이 쌓인 먼지를 털어낸 뒤 정확한 탑의 높이를 알 수 있었다.

 



- 스산수이, ‘나비효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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