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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거워짐에 대하여

007 RAMBO 2019. 2. 10. 18:21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 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 박상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