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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재규어와 아우디·포르테의 영화같은 14km 추격전

007 RAMBO 2017. 1. 20. 20:41


뺑소니범 차량과 부딪혀 망가진 이원희씨의 아우디 차량./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지난 16일 새벽 5시 12분. 동 트기 전 어둑한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끼이익 쾅!”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검은색 재규어 차량을 몰던 곽모(25)씨가 신호를 무시하고 빠르게 직진하다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는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

야식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던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48)씨가 차를 피하려다

미끄러지며 도로에 나뒹굴었지만 곽씨는 재규어를 몰고 그대로 달아났다.


같은 시간 강남역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아우디 차주 이원희(32)씨와

기아 포르테 차주 유제한(27)씨는 맞은 편의 사고 장면을 목격했다.

사고 장소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모든 상황을 지켜본 이씨는 잠시 망설였다.

몸도 피곤한 데다 차를 뽑은 지 1주일도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뺑소니범을 도망가게 놔둘 수 없다’는 생각에

112에 먼저 신고한 뒤 재규어를 뒤쫓기 시작했다.

뒤쪽에 있던 포르테 차주 류제하(27)씨도 추격전에 가담했다.


먼저 이씨의 차가 재규어 옆에 따라 붙었다.

재규어는 불법 유턴하면서 이씨의 차 앞범퍼를 왼쪽 문으로 쳤다.

하지만 곽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달아났다.

포르테도 경적을 울리고 비상등을 켜며 재규어를 멈춰보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세 차는 강남역 사거리→서초로→방배로→경남아파트 사거리→남부순환로까지 총 14㎞를 달렸다.

14분간 이어진 추격전은 방배동 래미안 아트힐 삼거리에서 끝났다.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부근에서 대기하던 순찰차가 재규어의 앞을 막았고, 이씨와 유씨가 각각 좌우를 막았다.


재규어는 도망치는 동안 이면도로 과속은 물론

중앙선을 넘고 신호를 무시하는 등 교통법규를 총 26회 위반했다.

재규어에서 내린 피의자 곽씨는 혈중알콜농도 0.159% 상태였다.

면허 취소 기준은 0.1%다.

오토바이 운전자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가운데)과, 뺑소니범 검거에 공을 세운 시민
류제하(왼쪽)·이원희(오른쪽)씨./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은 이씨와 류씨에게 ‘검거시민 표창장’을 수여하고 1인당 포상금 100만원을 지급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웬만해선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세상인데

두 분의 용감한 행동이 사회에 귀감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씨는 “좋은 일을 해서 뿌듯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가 돌아가셨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며

이날 받은 포상금 전부를 유족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뺑소니범 추격 과정에서 파손된 이씨의 차량 수리비는 1500여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17일 A씨를 구속 입건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0/20170120017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