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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언어를 가로막는다는 건

007 RAMBO 2020. 9. 30. 09:28

인간의 가장 첫 의사소통은 울음이다.

아기는 그저 운다.

마냥 운다.

 

달리 다른 방법을 모르며,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선이며

가장 명확한 표현이다.

 

차츰 성장하여

언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되면

부모는 우는 아이에게 말한다.

 

'울지 말고 알아듣게 말해봐.'

'왜 우는지 말로 해봐' 라고.

 

그러니까 그 즈음,

부모는 아이와 함께

[내가 왜 우는지 맞춰봐 게임]을 끝내고

언어로 소통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우는 아가를 보며

문득 드는 생각..

 

어른이 되어서도

눈물부터 날 때가 있다.

유난히 잘 우는 어른도 있다.

 

또..

무언가 말을 해야 하는데

눈물부터 왈칵 터질 때가 있다.

 

상담에서도

'어떤 일로 찾게 되었어요?'

라고 물었을 뿐인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엉엉 (그야말로 엉엉~) 우는 내담자들이 있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대학시절 상담을 받을 때

첫 상담에서 그랬다.

 

말을 하고 싶은데...

폭풍같은 눈물이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기처럼 한참을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눈물이 언어를 앞서는 이유는 왜일까.

어른인데!

말을 할 줄 아는 어른인데!

 

그건 아마도..

마음 속에 있는 게 너무나도 커서..

 

그것을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들거나,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닐까.

 

마음 속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덩어리,

그건 오랜 시간동안 쌓인

복잡하고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의 뭉치이기에

언어로 1:1 통역이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엉엉 울고 있는 어른에게

아이를 대하듯

'울지말고 말을 해봐'

'도대체 무슨일인지 말로 해봐'

라고 물어봐야 소용이 없다.

 

울음을 다 쏟아내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을테다.

 

어쩌면 혼자서는 힘들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겨우 꺼내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어마어마한 덩어리를

쏟아내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덩어리가 얼마나 무거울지를 생각한다.

 

그들이 충분히 다 울고,

마음껏 울고,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기를.

 

그리고 위로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가볍게 살아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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