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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로만 다닌 청년

007 RAMBO 2019. 4. 21. 10:21

옛날에 내가 다닌 고향 교회에 장로님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장로님이 어느 날 낯선 청년 한 분을 데리고 교회에 오셨다.

알고보니 장로님 댁에 새로 온 머슴이었다.

 

나이는 2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데, 인상이 깨끗하고 순박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장로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주일 날 교회 가자는 말씀을 듣고

금방 따라나서질 않았을 것이니까.

 

그래서 교회 청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까지 모두 반갑게 맞이하면서 기대와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 밖이 되어갔고,

점점 쉬쉬하는 웃음꺼리로 전락해 갔다.

장로님도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예배후에 그의 주위엔 사람들이 없었고, 외롭게 보였다.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하여

그 또래 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더니...

 

그에겐 하나의 기행이 있었다.

그는 꼭 어느 길을 가든지 좋은 길을 놔두고 좁은 길로만 다닌다는 것이었다.

장에 가던지, 교회 가던지, 언제나 좁은 길로만 다닌다는 것이었다.

 

특히 교회에 오갈 때,

장로님 가족과 또 같은 동네의 교인들과 함께 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오고 가면 정도 들고

더욱 사랑스러워 보일 터인데도 ...

 

꼭 논두렁길이나 좋은 밭길을 혼자서 걸어가면서

신발과 바지 가랭이에 흙과 이슬을 묻히고 다니니

어떤 땐 꼭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로님에게 물어보면 장로님도 지쳤다는 듯이

 

"성경에 좁은 길로 가라고 했다면서 내 말을 듣지를 않아~!

누가 그 고집을 꺾겠어?"하시며 쓴 웃음만 웃을 뿐이었다.

 

장로님이 성경을 준 것이 화근(?)이 된 셈이었다.

성경을 읽고부터 누군가가

왜 그렇게 좁은 길로 다니느냐고 물으면 그의 말은 언제나 단호했다.

 

"예수님이 '넓은 길로 다니지 말라고 그랬쟎아요?' "

 

그 철석같은 믿음 앞에 아무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성경에 그렇게 쓰여져 있다는 데야  누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장로님도, 권사님도 이미 지쳐서

더이상 권하려고도,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마 당시는 신앙이 좋다는 어느 누구도

그를 가르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 청년에 대해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주님께서는 그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의 순박한 마음을 칭찬하실까?

아니면 무지를 책망하실까?

 

그의  올곧은 의지를 칭찬하실까?

아니면 그 고집을 꾸짖으실까?

 

왜냐하면 오늘 날도 그 청년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출처 : 빛과 흑암의 역사 / 갈렙